몸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시간
“몸은 가벼워졌는데, 마음은 왜 여전히 무거울까요?” 운동을 하고도 허전했던 경험, 우리 모두에게 한 번쯤은 있었습니다. 근육은 단단해졌는데도 마음은 쉽게 부서졌고, 자세는 바르게 펴졌지만 하루를 버티는 데는 여전히 지쳐 있었습니다.
그 질문에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대답하는 책이 있습니다. 이지민 저자의 『바레를 넘은 월레의 세계』는 단지 새로운 운동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다정하게 어루만진 이야기이고, 감정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공간의 기록입니다.
‘월레(Wallé)’라는 이름의 이 운동은, 말 그대로 ‘감정이 흐르는 운동’입니다. 발레의 선과 필라테스의 코어 강화는 그대로 두되, 그 위에 감성을 얹었습니다. 동작의 정확함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월레 수업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오늘, 어떤 감정으로 움직이고 싶으세요?”
강사는 "동작보다는 느끼는 걸 먼저 해보세요. 음악에 몸을 자연스럽게 맡기고, 리듬을 타보세요"라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분이 지나면, 아니 정확히 말하면 ‘5분밖에 지나지 않은 줄 몰랐던 50분’이 지나면 알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흐르는 위로의 시간이라는 것을요.
신기한 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몸짓 하나, 눈빛 하나가 “잘하고 있어요”라는 응원이 됩니다. 땀이 아니라 눈물이 흐를 때도 있고, 거울 속 자세가 아니라 내 감정의 흐름을 더 정성껏 바라보게 됩니다. 지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있을까요? 책 속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무표정했던 얼굴이 수업 후 미소로 바뀌고, 아이와 함께 움직이며 잊고 있던 다정함을 다시 느끼고, 단 한 번의 손짓으로도 깊은 감정을 표현한 수강생의 순간들. 월레는 그런 ‘작은 변화의 순간들’을 춤추듯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점은, 이 운동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많아도, 몸이 굳어 있어도, 오늘따라 슬퍼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날일수록 더 월레를 해야 한다고 책은 말합니다. 그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꺼낼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자기 관리이며, 진짜 힐링이라는 것을요.
『바레를 넘은 월레의 세계』는 정답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힘입니다. “이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말보다 따뜻하게 전해주는 책. 이지민 저자는 말합니다. “움직임에 감정을 더하면, 그건 월레가 됩니다.” 이 문장은 단지 문장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 당신이 어떤 감정에 있든, 그것을 그대로 품고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월레의 시작입니다.
운동이 힘겨운 루틴이 아니라 기다려지는 감정의 시간으로 바뀌는 경험, 몸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어루만지는 새로운 방식. 그것이 월레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 책을 통해 당신도 그 여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walle1161@naver.com
이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