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감정을 마음의 문제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감정은 단순히 머릿속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은 감정을 담고, 표현하며, 심지어 기억하기도 합니다. 특히 근막(Fascia)은 감정과 신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몸과 마음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근막과 감정의 관계는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관리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근막의 역할과 감정과의 연결성,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근막: 우리 몸의 ‘보이지 않는 거미줄’

근막은 근육을 감싸는 얇은 막 이상의 존재입니다. 신체의 모든 구조를 연결하고 감싸며, 서로 소통하게 만드는 복잡하고 유기적인 결합 조직으로, 우리 몸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합니다.

근육, 뼈, 신경, 혈관, 장기 등 모든 신체 조직이 근막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근막은 물리적 지지뿐만 아니라, 감각 신경이 풍부해 외부 자극을 느끼고 감정 상태를 반영합니다.

쉽게 말해, 근막은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통로입니다.

감정과 근막: 보이지 않는 대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추상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감정은 신경계를 통해 몸 전체로 전달되고, 근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특정 감정 상태는 신체적 반응으로 나타나며, 이는 다시 근막의 상태에 반영됩니다.

1. 스트레스와 근막의 긴장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어깨가 굳거나 목이 뻐근해지는 경험, 누구나 해보았을 것입니다. 이는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인해 근막과 근육이 수축하기 때문입니다.

결과: 근막이 경직되고 유연성이 감소하며, 특정 부위에 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요 부위: 어깨, 목, 허리. 만성 스트레스는 이 부위의 근막을 딱딱하게 굳게 만들어 통증을 유발합니다.

2. 행복과 근막의 이완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세요. 몸이 편안하고 가벼웠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이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근막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결과: 이완된 근막은 혈액순환과 림프 순환을 도와 몸이 가볍고 유연해집니다.

긍정적 감정의 역할: 행복, 사랑, 안도감 같은 감정은 몸 전체를 유연하게 만듭니다.

3. 슬픔과 근막의 둔화

슬픔이나 우울감은 몸에 무거움과 정체감을 남깁니다. 이는 근막의 탄력을 저하시켜 특정 부위의 움직임을 제한하거나 통증을 유발합니다.

결과: 근막이 둔화되고 특정 부위에 에너지 블록(긴장 상태)이 저장됩니다.

트라우마의 흔적: 심리적 충격은 근막에 물리적으로 기록되어 통증과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근막에 남긴 흔적: 과학적 근거

1. 근막과 연결성: Anatomy Trains

근막 전문가 토마스 마이어스(Thomas Myers)는 그의 저서 Anatomy Trains에서 근막이 신체 전체를 연결하며, 감정적 스트레스가 특정 근막 경선(Fascial Lines)을 통해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특정 감정이 왜 특정 신체 부위의 통증으로 나타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2. 트라우마와 근막

심리학자 피터 레빈(Peter Levine)은 심리적 트라우마가 근막에 물리적으로 저장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감정과 신체를 함께 다룰 때 근막에 남은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3. TRE(트라우마 방출 운동)

TRE(Tension & Trauma Releasing Exercises)는 근막에 저장된 긴장을 떨림(Tremor)으로 풀어내는 방법으로, 심리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정과 근막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방법

근막은 감정의 영향을 받는 만큼,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신체와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다음은 근막과 감정을 함께 돌볼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입니다.

1. 규칙적인 스트레칭

요가나 필라테스는 근막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감정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전신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동시에 완화시킵니다.

2. 심호흡

깊고 느린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근막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심호흡과 명상을 병행하면 감정적 안정 효과가 더욱 커집니다.

3. 근막 릴리스(Fascial Release)

폼롤러나 마사지볼을 사용해 뭉친 근막을 풀어주는 것은 근막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근막의 탄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4. 감정 표현하기

억눌린 감정은 근막에 긴장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춤추기, 걷기, 소리 내기 같은 활동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도와 근막의 긴장을 해소합니다.

내 몸이 들려주는 감정의 언어

근막은 단순히 신체를 연결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감정을 담고, 표현하며, 건강 상태를 기록하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스트레스, 행복, 슬픔 같은 감정은 근막을 통해 몸 전체에 기록되고, 이는 우리의 신체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몸과 마음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감정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다면, 몸과 마음 모두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근막을 유연하게 관리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습관을 통해, 진정한 균형과 치유를 경험해보세요.

이미정원장

정선 이미정다옴메디월요가필라테스원장

암일상관리요가테라피스트

싱잉볼치유명상연구소 싱잉볼테라피교육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