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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0-13 14: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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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희 칼럼] 뇌가 잊은 엉덩이, 다시 깨워야 하는 이유


최근 필라테스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엉덩이 기억상실증’이다. 엉덩이 근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이 용어는 단순한 근력 저하가 아니라 뇌와 근육 간 소통의 단절에서 비롯된다. 지축 MPA 필라테스 구도희 원장은 “엉덩이가 잠들었다는 것은 뇌 속 지도에서 해당 근육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를 의미한다”며, 근육 자체보다 뇌의 역할이 핵심임을 강조한다.


인체는 움직임을 시작할 때 뇌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신경 신호를 통해 근육이 반응한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잘못된 움직임 습관이 쌓이면 뇌는 엉덩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엉덩이는 소극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허벅지와 허리 등 다른 근육이 대신 일을 하며 체형 불균형과 통증을 초래한다.


구 원장은 이를 ‘잘못된 대체 작용의 연쇄 반응’이라 부르며, 이러한 과정이 반복될수록 움직임의 악순환이 심화된다고 설명한다.특히 장시간 앉아 있는 현대인의 생활 습관은 문제를 가속화한다. 고관절이 굽힌 상태로 장시간 고정되고, 엉덩이는 오랫동안 사용되지 않는다. 뇌는 이를 ‘필요 없는 근육’으로 오해하며, 허리와 허벅지에 과부하가 가해진다.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이유 없이 허리 통증이나 골반 불균형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자세가 무너진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잘못된 학습을 반복하며 엉덩이를 잊어버린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희망적인 사실은 뇌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뇌과학 개념에 따르면, 뇌는 경험과 훈련을 통해 회로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다.즉, 엉덩이 기억상실증은 충분히 회복 가능하며, 의도적인 움직임 훈련을 통해 뇌와 근육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구 원장은 브릿지, 사이드 레그 리프트와 같은 기본 동작을 반복하며 뇌에게 “이 근육은 중요하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강조한다. 이러한 재학습 과정을 거치면 엉덩이는 본래 역할을 되찾고, 움직임 효율이 개선되며 통증 예방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결국 엉덩이를 깨운다는 것은 단순히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게 해당 근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재연결하는 과정이다. 건강한 움직임은 근육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뇌와 신체가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가 핵심이며, 움직임의 질은 바로 이 연결에서 나온다.


구 원장은 “엉덩이 기억상실증 극복을 위해 작은 움직임부터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앉아 있는 시간이 많거나 허리·골반 불편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에게 의식적 움직임을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뇌는 언제든 새로운 회로를 만들 준비가 되어 있으므로, 꾸준한 훈련은 회복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유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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