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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19 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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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보다는 긴장에 더 익숙한 우리

20여년 전 인도에서 요가와 명상을 배우기 위해 유학하고 있을 때다. 요가 실습시간을 지도하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의 얼굴을 이완하고…, 목을 이완하고…, 어깨를 이완하고.”

이완이라는 말은 아는 말인데이완한다는 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완전히 생소하게 여겨졌다 얼굴을 이완한다는 건 뭘까? 웃으라는 건가? 그럼 목은 어떻게 이완해야 하는 거지?’ 주로 서양인인 나머지 학생들은 나처럼 이완이 무엇인지에 대해 전혀 의문을 품지 않았다. 나는 이완이라는 상태에 대해서 몹시 생소해 했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반면 긴장해라는 말은 너무나 익숙해서당장 신체의 어떤 부위라도 긴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공부했던 사티아난다 요가(혹은 비하르 요가)전통은 항상 요가니드라라는 이완을 매일 1시간 이상씩 실시했다. 모두가 일제히 누워서 선생님의 언어적인 안내에 따라 눈을 감고 이완을 훈련하는

것이다. 요가니드라를 시작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 선생님은 사이사이 깨어있으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제 아무리 단단한 결심을 하고 의지를 발휘해도 허사였다.

요가니드라의 의식의 순환을 하다보면 영락없이 잠과 같은 상태에 순식간에 바져버렸다. 잠들지 않으려 한 팔을 들고 누워보기도 하고앉아서 요가니드라를 해보기도 했으나잠과 같은 상태에 빠지는 것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좀 제대로 깨어서 끝까지 이완의 상태를 경험해보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자 어느 날 너무 속이 상해서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 그간의 속상함과 뜻대로 안된다고 하소연하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렸다.

선생님저는 맨날 요가니드라 시간에 자요. 어떻게 해서든 깨어있고 싶은데 늘 안되요. 뭐가 문제일까요?” 선생님은 사슴과 같이 맑은 눈으로 다정하게 나에게 답을 해주셨다.

네가 먼 이국 땅에서 가족과도 떨어져서 모국어도 아니고영어로 수업을 알아듣고 모든 일상생활을 한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야. 네 온 존재가 흔들리는 것 같은 체험일거야. 그런 잠재된 긴장이 요가니드라 시간에 드러나고 해체되는 거자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시간이 지나면 모든 면에서 나아질거야. 일부러 자려는 게 아니고늘 있던 긴장이 요가

니드라를 하며 드러나고 해체되면서 잠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가수면 상태야. 의식과 무의식의 그 사이 말이야. 언제든 잠에 바져들 수도 있지만언제든 쉽게 깨어날 수도 있는. 그러니 그 시간을 즐겨

선생님 말씀을 듣고 비로소 이완해야하는 시간에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긴장을 하고 참여하는지 알게되었다. 그 후 요가니드라 시간에 좀 더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잠든 것 같은 상태는 지속되었지만 그럼에도 이전처럼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다. 내가 기대하는 명료한 의식 상태는 아니어도 몽롱하고 잠든 것 같은 이완된 상태를 즐겼다.

이완은 명상의 견 단계 1999년에 한국에 돌아와서5년 정도가 지나서야 요가가 서서히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심리학 분야에서도 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요가에서는 이완을 명상을 배우기 전에 먼저 도달해야 할 상태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완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매우 낮다. 이는 우리의 사회 문화적 환경이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오랜 세월 동안 긴장해야만 했고이젠 먹고 살만해도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긴장으로 내몰리게 됨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

심리상담을 하는 동안 내가 만난 내담자들 중에 이러한 과도한 긴장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해 상담을 받으러 온 경우가 많았다. 장시간 과도한 긴장상태를 경험하면 교감신경계는 과도하게 각성된 상태가 되어 두통호흡곤란답답함불안 등과 같은 심리신체적인 증상을 겪을 수 있다.

그리고 팽팽한 고무줄이 탄성을 잃고 늘어나듯 이러한 불편한 심리신체적 증상 아래서 임의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조절할 수 없기에 무기력한 상태를 경험하고 우울감이나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내담자들에게 과도한 긴장을 줄이기 위한 이완법을 훈련하도록 돕다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완을 매우 낯선 상태로 여기고 뭔가 이전과는 다르기에 어색한 상태를 경험한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작년 12월 말 나는 고속도로에서 달리던 중 트럭이 뒤에서 들이박는 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쉬게 되었다. 그간 늘 열심히 무언가를 하며 살아온 나에게 쉰다는 것은 편하지 않았다. 아파서 편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책을 읽는 거였다. 그때 장시간 과도한 긴장삼태를 경험하면 교감신경계는 과도하게 각성된 상태가 되어 두통 호흡곤란 답답함 불안 등과 같은 심리신체적인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조용헌의 백가기행을 시작으로 이 저자의 대부분의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이 분의 책을 읽다 한 선구(禪句)를 만나면서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안을 받았다.

휴거혈거 (休去歌去) 철목개화 (鐵木開花)’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란 선구다 쉬면 생명력이 얼마나 강해지기에 생명이 자랄 수 없는 쇠나무에도 꽃이 핀다는 것인가! 그만큼 쉬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구원이란 릴텍스즉 이완이다. 먹고 사는 일에 내몰려 너무 긴장되어 있으니 쉬거나 이완하려 하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누군가는 사람은 피곤한 상태로 태어난다. 고로 쉬기 위해 살아간다고 했다. 정말 그러하지 않을까! 쉬는 법을 배워 가는 것이 이완이고그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 또한 삶의 한 과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긴장과 이완 사이를 오가며 상황에 적절히 긴장했다이완했다를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이완요가의 대가리스토러티브 요가 대모인 주디스 선생님의 워크숍에 참여했을 때였다. 선생님은 이완의 상태는 몸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노력함이 없는 상태뇌가 고요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요즘 내가 우리나라에 적극적으로 보급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이완요가의 세계이다. 리스토러티브 요가는 한국어로 딱 이거다하고 번역하기 힘든 용어다.

쉼과 충전원기회복이완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 리스토러티브(Restorative)이기 때문이다. 리스토러티브 요가를 경험한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평화와 안정감안온함을 경험한다. 신체적으로는 피로가 급속도로 회복되고푹 자고 일어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가수면 상태에서 말이다. 개중에 1-2명은 코를 골며 자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수면이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야말로 양질의 이완 경험이다. 요가의 다양한 행법은 그러한 이완이 우리의 마음과 몸과 마음에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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