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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10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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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불교에서는 사후세계인 중간계에서 또는 죽음에 대해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의 굴레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티벳 사자의 서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 연꽃 위에서 태어난 자)는 인도 밀교(tantra)의 스승이다. 그는 티벳 왕에게 초청을 받아 히말라야에서 수행에 대한 인도 비의의 경전을 번역하였다. 그리고 이 경전을 소중히 전달하기 위해 100권의 책들을 히말라야 동굴에 숨겨놓았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함부로 전해져서는 안 될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물을 찾아내는 자인 테르퇸들은 동굴에서 경전을 찾아냈는데 그 경전의 수가 65권이다. 아직 다 찾지는 못했으나 아직도 비밀을 찾아내는 수행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히말라야 깊은 동굴에 삶과 죽음에 대한 궁극의 진리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동굴이 무지(無智)라면 이것을 찾아내는 것은 무지에서 벗어나는 빛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요가경에서 설명하는 번뇌(klesa)의 원인인 무지(avidya), 자아의식(asmita), (, raga), (, dvesa), 생명에 대한 애착(abhinivesa)들로 인하여 죽음 후에도 자유로울 수가 없다.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사자(死者)는 당황하며, 이생에서의 번뇌를 사후에도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인도의 수행전통을 계승해서 티벳의 형태로 발전시킨 티벳불교에서는 사후세계인 중간계에서 또는 죽음에 대해 잘 듣고 이해할 수 있다면, 삶과 죽음의 굴레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바르도 퇴돌)는 가르침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듣기만 해도 궁극의 자유에 이른다.

필자는 요즘 육체를 떠난 한 도반을 떠올리며 삶과 죽음에 대해 명상하고 있다. 그 방법은 바로 티벳사자의 서를 다시 읽어보며 숙고하는 것이다. 티벳사자의 서를 읽으며, 내용을 정리하여 생각을 올린 글을 보고, 어느 날 제자가 말했다.

선생님, 티벳사자의 서에 대해 글을 올리시는데 제가 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난감해하는 전화기에서 울리는 제자의 목소리 사이로 진심과 안타까움과 웃음기가 같이 배어 나온다. 누구나 죽음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삶과 죽음, 윤회와 환생의 이야기는 동양에서 끝없이 이어져오는 이야기이다. 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정신의학 실험 중에 전생체험 등 사후세계에 대한 내용과 그에 따른 검증을 해보는 과정들이 나오곤 한다. 그것들은 불가사의 한 이야깃거리일 수도 있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참인지, 거짓인지 알쏭달쏭한 이야기와 같이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티벳에서는 여러 린포체 등의 환생처럼 환생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많다. 티벳인들은 무수히 많은 죽음을 겪어왔고, 환생했으며,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고, 내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영원의 자유로움을 위해 현생에서도 무지와 분노와 탐욕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삶의 순간에서도 죽음을 지혜롭게 이해하는 수련,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고 초연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수련을 하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 첫 번째 사후세계 치카이 바르도

죽음의 순간에 맞이하는 첫 번째 중간계인 치카이 바르도. 이때 최초로 사자를 빛의 세계로 인도하여야 한다. 호흡이 멎기 전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줘야 한다. 마지막 숨이 멎고, 기절한 상태 같은 상태를 지나서 시신의 구멍에서 액체가 나오더라도 계속 다음과 같이 읽어주어야 한다고 전해진다.

, 고귀하게 태어난 아무개여. 그대가 존재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순간이 다가왔다. 그대의 호흡이 멎으려 하고 있다. 그대는 한때 그대의 영적 스승으로부터 존재의 근원에서 비치는 투명한 빛에 대해 배웠다. 이제 그대는 사후세계의 첫 번째 단계에서 그 근원의 빛을 체험하려 하고 있다.

그대여, 이 순간에 모든 것은 구름 없는 텅 빈 하늘과 같고,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티 없이 맑은 그대의 마음은 중심도 둘레도 없는 투명한 허공과 같다. 이 순간 그대는 그대 자신의 참 나를 알라. 그리고 그 빛 속에 머물러 있으라. 이 순간 나 역시 그대를 인도하리라.

이제 흙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물은 불 속으로 가라앉고, 불은 공기 속으로 가라앉고, 공기는 의식 속으로 가라앉는 죽음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그대의 마음이 흩어지지 않도록 의식을 집중하라.

,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죽음이라 불리는 것이 이제 그대에게 다가왔다. 그러니 이와 같이 결심하라.

", 지금은 죽음의 때로다. 나는 이 죽음을 이용해 허공처럼 많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지리라. 그리고 그들을 위해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리라"

지금이야말로 그대가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의 근원에서 나오는 투명한 빛을 깨달을 수 있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다. 그것을 잊지 말라. 지금 그대가 머물고 있는, 모든 상대성이 사라진 그 절대의 세계로부터 큰 기회를 붙잡겠다고 결심하라. 그리고 이렇게 결심하라.

"비록 내가 그것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나는 이 사후세계만은 정확하게 자각하리라. 그리고 이 사후세계에서 존재의 근원과 하나가 되어 어떤 모습으로든지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에게 이익이 될 만한 모습으로 나타나리라. 무한한 허공처럼 다함없는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을 위해 나는 일하리라"

이 결심을 잊지 말라. 또한 그대가 살아 있을 때 수행했던 명상법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높으신 스승이시여, 이제 당신은 존재의 근원에서 나오는 투명한 빛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지금 체험하고 있는 그 상태에 머물도록 하십시오.

, 고귀하게 태어난 아무개여. 들으라. 이제 그대는 순수한 존재의 근원에서 나오는 투명한 빛을 체험하고 있다. 그것을 깨달으라.

, 고귀하게 태어난 자여. 그대의 현재의 마음이 곧 존재의 근원이며 완전한 선이다. 그것은 본래 텅 빈 것이고, 모습도 없고, 색깔도 없는 것이다.

그대 자신의 마음이 곧 참된 의식이며 완전한 선을 지닌 붓다임을 깨달으라. 그것은 텅 빈 것이지만 아무 것도 없는 텅 빔이 아니라 아무런 걸림도 없고, 스스로 빛나며,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한 텅 빔이다.

본래 텅 비어 있고 아무런 모습도 갖지 않은 그대 자신의 참된 의식이 곧 그대의 마음이다. 그것은 스스로 빛나고 더 없는 행복으로 가득한 세계다.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다. 그 하나됨이 바로 완전한 깨달음의 상태다.

그대 자신의 마음이 바로 영원히 변치 않는 빛 아미타바(아미타불)이다. 그대의 마음은 본래 텅 빈 것이고 스스로 빛나며, 저 큰 빛의 몸으로부터 떨어질 수 없다. 그것은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이것을 깨닫는 것으로 충분하다. 본래 텅 빈 그대 자신의 마음이 곧 붓다임을 깨닫고, 그것이 곧 그대 자신의 참된 의식임을 알 때 그대는 붓다의 마음 상태에 머물게 되리라.

위와 같은 내용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세 번 또는 일곱 번 반복해서 안내자가 읽어주면 사자는 이것을 기억하게 되고, 빛의 모습인 참 자신을 깨닫게 되어 근원과 하나가 된다. 누구나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듯이 우리 곁에서 누군가 떠난다면 그가 의식이 있을 때, 또는 죽음의 문턱에 있을 때 위와 같은 내용을 읽어주어 죽음을 안내해 주는 것도 좋은 명상이 아닐까 한다.



*원어 발음의 원칙은 <티베트 사자의 서>를 따랐다.

*파드마 삼바바(류시화 역), 티벳사자의 서, 정신세계사, 1995. pp.241-251 본문내용 발췌.



writer 김소영(철학박사, 행복한아쉬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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