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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0-13 09: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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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면 우리가 모르던 ‘나’를 내 앞에 마주 세우게 된다.


우리는 하루 종일 ‘나’란 사람과 생활한다. 함께 사는 가족도 나와 하루 종일 지내는 건 아니다. 각자 자신의 하루를 살다가 저녁이면 한 집에 모인다. 그러나 나 자신은 어딜 가든 어디에 있든 함께 있다. 우리 중 누구도 살아있는 동안에 단 한순간이라도 나와 분리되어 살아갈 수는 없다.

생명이 있는 한 ‘나’는...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나’란 무엇일까? 

우린 대부분 감정을 통해 나를 느끼기도 한다. 생각을 통해 나를 알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육체를 통해 나를 경험하기도 한다.  


감정은 무지개 이상의 복잡한 스펙트럼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히면 이성적인 생각이나 판단이 마비되기도 한다. 그렇게 감정에 사로잡힌 상태를 ‘나’라고 할 수 있을까? ‘감정’이 곧 ‘나’일까? 생각은 파도처럼 쉴 사이 없이 머릿속에서 일어난다. 쉴 사이 없이 일어나는 생각은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 내가 생각을 일으키는 것일까? 생각이 내게 저절로 찾아오는 것일까? 무수히 일어나는 생각 그 자체가 ‘나’인가? 우리의 일상은 무수한 행동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행동은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아니면 감정이나 생각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서양의 심리학과 동양의 심리학인 요가를 둘 다 전공한 나에게 ‘나’와 관련된 위와 같은 물음은 오랜 동안 내 삶을 관통해 온 주제였다. 내가 심리학과 요가에 매료된 것은 두 학문 모두 ‘나 자신’이 주요한 주제이자 대상이기 때문이다. 위의 물음들은 심리학과 요가가 ‘나’를 만나는 데 있어 각각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기도 했다.  

서양 심리학에서는 감정과 생각을 ‘나’라고 본다. 즉 자신의 사고, 감정 등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행동은 나의 욕구나 감정, 생각에서 빚어지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요가에서는 감정이나 생각, 이로 인해 이어지는 나의 행동을 ‘진정한 나(진아)’라고 보지 않는다. 요가에서는 감정이나 생각, 행동과 ‘나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다. 감정과 생각은 마치 하늘에 낀 구름과 같아서 본디의 하늘, 즉 나를 가리고 있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 너머의 나를 만나는 것을 요가에서는 진정한 자신(진아)과 만나는 것으로 여긴다. 진아는 감정과 생각 너머에 존재하는 나, 본디의 나와 접촉하고자 한다. 요가에서는 나는 내 감정도 내 생각도 내 몸도 아닌 ‘의식(意識, Consciousness)’이라고 본다. 나는 나의 감정을 통해 경험되고, 나의 생각을 통해 경험되고, 나의 행동을 통해 경험되는 존재, 곧 의식이다. 


요가는 감정과 생각, 행동을 경험하는 주체, 관조하고 있는 주체로서의 나를 만나기 위한, 몸에 기반한 심리-신체적 훈련이다. 여기서 심리-신체적이라 함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서로에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마음이나 생각을 제어하기 위해 몸을 이용하는 방법이란 뜻이기도 하다. 우리의 몸에 기반한 요가는 의도적인 ‘주의’와 ‘집중’을 통해 마음과 생각 또한 효과적으로 제어해 나간다. 따라서 요가를 수련함에 있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 심지어 몸까지도 하나의 대상으로 나와 분리하여 관찰하도록 강조되어야 한다. 이는 진정한 나에 대한 자각 혹은 알아차림을 촉진한다.  



아사나를 할 때 주의가 외부로 흩어져서는 제대로 하기 어렵다. 아사나와 프라나야마(요가호흡), 명상 등 요가의 모든 수련 등은 자연스러운 집중을 통해서 외부로 흩어진 주의를 내부로 옮겨온다. 마음이 힘들거나 고통스런 생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달아나거나 피하고 싶어진다. 내면에 머물러 있기엔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힘들거나 고통스러우면 외부의 무언가로 주의가 향하고 산만해진다. 요가의 모든 수련은 외부로 향하던 주의를 내부로 되돌려 진정한 나와 접촉하기위한 시도이자 과정이다. 요가는 오랫동안 고통에 의해, 무지에 의해, 인식하지 못함에 의해 만나지 못했던 나 자신을 만나러 나선 길 그 자체다. 


요가 수련은 심리적, 생리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한다. 따라서 두렵거나 주저할만한 상태에서 자신과 접촉하지 않게 한다. 요가를 통하면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에서 진아와 만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아사나에 열광하는 진정한 이유는 진정한 자신과 접촉되는 희열을 느끼고, 자신의 내적인 힘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요가는 자신의 존재에 불을 밝히는 행위다. 


글/ 차승희(차승희심리요가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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