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탕가 요가 프라이머리 시리즈를 끝까지 수행한 수련자들이 반드시 마주하는 자세가 있다.
바로 ‘사바사나’다. 요가 수련의 마지막 단계로 알려진 이 자세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산 동래 지역에서 아쉬탕가 요가를 지도하는 김양희 선생님은 사바사나를 “그날의 모든 수련을 몸과 마음에 깊이 흡수시키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수련 과정의 완성도와 직접 연결되어,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으면 앞서 진행한 모든 동작들이 완전한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바사나는 해부학적으로 신경계와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자세다. 척추를 중립 위치에 두고, 사지와 몸통의 긴장을 최대한 풀어주는 이 자세는 뇌와 신경계에 “이제 괜찮다”라는 신호를 전달한다. 그 결과 교감신경의 긴장이 완화되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심장박동, 호흡, 혈압 등 생리적 기능들이 안정되어 고요한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격렬한 아사나와 빈야사(동작의 흐름)로부터 생긴 신체적 긴장과 자극이 사바사나를 통해 부드럽게 정리되고 마무리되는 셈이다.
감성적인 차원에서 사바사나는 ‘죽음을 통한 재탄생’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그 순간은 자신이 가진 모든 힘과 집착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이는 하루의 끝에서 잠에 드는 순간과 같으며, 계절이 바뀌며 새로운 싹이 트는 자연의 과정과도 닮았다. 즉, 사바사나는 끝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양희 선생님이 지도하는 아쉬탕가 요가원에서는 사바사나 시간을 통해 많은 수련자들이 감동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전한다. 어깨가 굳어있던 한 수련자는 사바사나 중 몸이 풀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또 다른 수련자는 처음으로 ‘나는 괜찮다’는 확신을 느꼈다고 한다. 이처럼 사바사나는 단순한 휴식 이상의 내면 치유와 성장의 순간으로 자리 잡는다.
사바사나를 지도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수련자의 깊은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짧고 간결한 언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몸을 맡기세요” 혹은 “바닥에 몸이 녹아내립니다” 같은 말들은 수련자의 이완을 돕는 열쇠가 된다. 그러나 진정한 지도력은 말 그 자체보다 지도자의 에너지에서 비롯된다. 지도자가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면 그 에너지가 수련자에게 전해지고, 안정된 호흡은 수련자의 호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김양희 선생님은 “사바사나가 깊어지는 순간, 그 사람의 요가가 시작된다”며 사바사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격렬한 동작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보다, 마지막에 얼마나 몸과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가 진짜 요가의 척도라는 것이다.
사바사나는 단순히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 역할을 한다. 오늘의 수련을 마무리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와 다리를 놓는 시간으로, 요가 수련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아쉬탕가 요가 프라이머리 시리즈는 태양을 향한 경배로 시작해 고요한 사바사나로 마무리된다. 빛과 어둠, 움직임과 멈춤, 긴장과 이완이 어우러져 완전한 하나의 원을 이루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수련자는 몸과 마음의 순환을 경험하며 재충전의 기회를 얻는다.
부산 동래 지역 수련자들은 김양희 선생님과 함께하는 수련의 마지막 단계에서 사바사나를 경험하며 고요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이 자세는 단순한 누움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으며, 수련자에게 내일을 위한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사바사나는 요가의 모든 철학과 과학이 담긴 자세이다. 다음 수련에서 이 마지막 순간을 조금 더 깊고 소중하게 경험한다면, 당신의 요가는 비로소 진정한 시작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백주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