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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2-04 17: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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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화순에 위치한 운주사는 절 주변에 넓게 분포한 석탑과 석불을 찾아보는 재미만으로도 찾아갈 가치가 있다. 밤하늘의 별자리만큼 다양한 운주사의 흥미진진한 창건설화를 소개한다.

_운주사의 별자리



서양에선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이 하늘에 자리 잡은 것으로 생각해서 별자리들이 탄생했습니다. 서양의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는 신화는 참 재미있는데 그 중에서도 헤라클레스와 관련이 깊은 은하수(milky way)가 특히 재미있지요. 신들의 왕 제우스가 아내인 여신 헤라 몰래 알크메네와 바람을 피워 낳은 아들이 헤라클레스입니다. 사람의 피가 섞인 헤라클레스는 죽지 않는 신과 달리 언젠가는 죽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죽게 놔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헤라의 젖을 먹으면 죽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잠을 자고 있는 헤라한테 헤라클레스를 데리고 가서 헤라의 젖을 물립니다.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너무 세게 빨자 놀란 헤라가 아기를 떼어 내버립니다. 이 때 뿜어져 나온 헤라의 젖이 멀리 하늘이 점점이 뿌려지니 밀키웨이, 즉 은하수가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동양에선 별들의 중심인 북극성은 물론 북두칠성을 중시해서 이들을 신으로 여기는 신앙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북두칠성은 사람의 생명과 재물 등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여겼으며, 농경문화에선 비를 관장하는 신이기도 하고, 중국의 도교는 물론 우리나라 전통 무속에서도 이들을 섬겼답니다. 불교가 칠성신앙을 수용하면서 사찰 안에도 칠성각(七星閣)이라는 건물을 짓고, 이들을 모시기 시작합니다.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에 가보면 산비탈에 커다랗고 둥근 7개의 바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위에는 북극성을 상징하는 누워있는 불상인 와불(臥佛)을 조성해 놓았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운주사에 만들었다는 1천개의 불상과 탑, 이른바 천불 천탑은 하늘의 별자리를 모방해서 만든 것이라는 담양 성암천문대 박종철 천문학 박사의 주장입니다.



별자리에 따라 천불 천탑이 조성되었다는 운주사 창건설화의 근거는 산등성이에 놓인 칠성바위라고 불리는 7개의 둥근 바위들이 밤하늘의 북두칠성의 자리와 똑같고 크기도 별의 밝기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조사를 하게 된 까닭은 산 능선에 자리한 많은 탑들이 왜 하필이면 가파른 능선에 자리 잡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접근하기도 힘든 자리에 애써 탑을 세운 까닭이 무엇인가라는 생각 끝에 별자리에 대비시켜보니 맞아 떨어지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별자리의 중심은 북극성이라고 배웠습니다. 운주사에도 당연히 북극성을 나타내는 상징물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전에 배운 북극성을 찾는 방식은 눈에 쉽게 띄는 북두칠성을 찾아서 그 맨 끝에 있는 두 별의 중심을 연결하면 정북 방향을 가리키게 되는데 그 일직선상에 북두칠성이 있습니다. 운주사의 칠성바위와 나침반이 가리키는 정북 방향으로 걸어가면 누운 부처가 나옵니다. 바로 도선국사가 미처 세우지 못해 새로운 세계를 열지 못한 와불이 그 자리에 계시죠. 즉 운주사 전설의 중심에 있는 와불이 바로 별자리의 중심인 북극성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1등성 별자리와 석탑의 위치가 15% 정도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운주사의 창건과 관련하여 많은 설화들이 난립하는 지금 별자리와 관련한 연구를 계속해야 할 가치는 충분히 있는 셈이죠.


별자리 창건설화 외에도 운주사의 창건설화는 몇 가지가 있는데 도선국사 창건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도선국사가 하룻밤에 천불 천탑을 조성하고 마지막 불상을 세우려는데 닭이 울어서 그대로 둔 것이 와불이라는 이야기지요. 이밖에도 우리나라 땅의 모양이 배와 같아서 그 기운이 일본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천불 천탑을 세웠다고도 합니다.


최완수 간송미술관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은 고려시대 몽고의 침입에 불교의 힘으로 이들을 물리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가라고 추측합니다. 고려 무인정권과 불교의 밀접한 관계와 탑과 불상을 조성하는 기법이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한 점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하여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설득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밖에도 미륵세상을 염원하는 세력, 새로운 세상을 갈구하는 밀교의 세력이 만들었다는 주장 등 운주사 창건과 관련한 설화는 다양한 편입니다.



_운주사 이야기


약 25년 전 제가 처음 운주사를 찾아갔을 때의 그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잡초가 우거지고 작은 개울이 흐르던 달랑 건물 1~2채만 있었지만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탑과 불상, 그리고 일부는 깨지고 흐트러져 방치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지만 그 자체로 주는 감동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민중의 힘이고, 민중이 원하는 미륵이자 메시아의 세계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은 잘 다듬어진 천불 천탑의 운주사라고 널려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석탑 18기, 석불 70구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석탑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18기, 돌기둥 모양으로 1층의 탑신만 남은 것이 3기가 있어 21기의 석탑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운주사 석탑은 신라시대 이후 석탑의 정형화된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무늬를 가지고 있어 대부분 고려중기 이후에 건립된 것이라 합니다. 탑의 모양을 보면 사각형 위주의 방형 모양, 둥근 모양, 벽돌처럼 돌을 깎은 모전탑, 돌기둥 모양의 석주형 등이 있고, 층수도 3층, 5층, 7층, 9층 등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방형 탑에 새겨진 문양 역시 전통적인 디자인과 달리 직선이나 사선, 마름모꼴 등 아주 원시적인 기하학적 무늬라 사람들의 눈에 익은 탑과는 다른 느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특이한 디자인은 원형석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물 제798호인 원형다층석탑은 지붕돌을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한 납작하고 둥근 마치 호떡 같은 원형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모양입니다. 또 다른 모양의 원형석탑은 지붕돌이 마치 주판알이나 떡시루 모양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석탑이 많아서 모전석탑은 찾기가 어려운데 대웅전 앞마당에 있는 것을 포함해서 2기가 있는데, 벽돌처럼 돌을 깎아 쌓았습니다.


운주사의 불상은 완전한 형태, 불완전한 형태, 머리만 있는 불상 등 정확한 숫자를 꼽기가 어렵습니다. 운주사 불상의 특징은 대체로 돌로 만든 석불이며, 그 형상은 단순하고 조각수법이 아주 투박하고 거칠다는 점입니다. 또한 불상의 조성원리인 32길상 80종호를 엄격히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운주사의 대표 불상을 꼽으라면 앞서 말씀드린 와불이라 할 것입니다. 원래 와불은 석가모니부처의 열반 장면으로 옆으로 누운 것인데, 운주사 와불은 정면으로 누운 모습이지요. 큰 바위를 떼서 세우려다 세우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운주사만의 독창적인 불상을 꼽으라면 보물 제137호인 석조불감이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본 원형석탑 앞에 있는데 감실(龕室)을 만들고 그 위에 팔작지붕을 올려놨습니다. 감실 안에는 두 분의 부처가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앞에 있는 불상은 둥근 얼굴에 머리 위의 육계(肉髻)가 훼손된 상태로, 손의 모양을 보면 한 손은 배 앞에 있고 다른 한 손은 무릎 위에 놓고 있습니다. 등 뒤로 굽은 곡선으로 광배를 새겼는데 사람들은 불이 타오르는 모양이라고 여깁니다. 뒤에 있는 불상을 보면 어깨로부터 내려오는 옷자락이 가슴 한가운데 모아진 손을 포함해서 전신을 휘감고 있습니다. 불상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광배는 꼬리 쪽이 가늘고 길쭉한 타원형입니다. 이밖에도 운주사 곳곳에는 광배를 새겨놓은 불상이나 바위에 새겨놓은 마애불도 있습니다. 또한 처마처럼 생긴 바위 밑에 다수의 불상이 있는데 비바람으로 인한 마모나 훼손을 피하고 보존이 보다 편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운주사의 특징을 꼽으라면 천불 천탑이라는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성과 다양성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갖가지 창건설화가 만들어지고 또 밤하늘의 별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글·사진: 김성후(문화답사 가이드, 여행동아리 '답사배움(cafe.daum.net/intar01)'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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