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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08-30 11: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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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한다면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가 선행되야 한다.


음식을 앞에 둔 사람들의 마음가짐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요리는 맛있다. 아마도 입맛이 길들여져서일 것이다. 더불어 맛에서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이 연상될 수도 있다. ‘맛있다’는 느낌은 뇌에서 비롯된다. 느끼는 대로 몸은 반응한다. 음식은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느냐에 따라 육체에 미치는 효과도 달라진다. 나아가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 음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인도 등지에서 발달한 고대의 철학적 전통에서 기인한다.

어쩌면 현대 식품영양학의 연구 범위에서 벗어난 주제일지 모른다. 음식이 육체에 미치는 영양적인 측면 ‘이외의’ 사실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때로 우리는 보이지 않거나 측정되지 않는 경우 그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단정짓는다. 눈앞에 드러나기 전까지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보이는 육체에 보이지 않는 기(氣)와 마음으로 구성된 존재가 인간이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연결 구조는 지난 100여 년간 물리학계의 화두였다. 예술적 상상과 철학적 논증은 과학적 동의를 거쳐 현실화된다. 수천 년 전 동서양의 영적 전통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사트바, 라자스, 타마스의 의미

인도의 상키야(samkhya) 철학에 따르면 만물에는 세 가지 속성이 내재해 있다. 사트바(sattva), 라자스(rajas), 타마스(tamas)가 그것이다. 사트바는 밝은 속성이다. 맑고 순수하다. 라자스는 운동의 속성이다. 열정의 역동성과 불안정이 공존한다. 타마스는 어두운 속성이다. 무겁고 탁하며 게으른 특징이 있다. 이는 음식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음식이 가지는 속성에 따라 몸과 마음은 영향을 받는다.


사트바 속성의 음식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조화롭게 한다. 효소가 풍부하고 생명력이 살아있는 음식은 마음에 고요와 평온을 불러온다. 깨끗한 토양과 맑은 물, 신선한 공기에서 얻어진 과일, 채소, 곡류, 발효식품 등이 속한다. 대체로 가공되지 않은 천연식품이다. 자연과 교감하여 생명력이 충만한 식물류와 발효식품은 자연 고유의 진동수를 잃지 않은 식품이다. 자연과 교감하며 자란 야생상태의 토마토와 하우스 안에서 인위적으로 재배된 토마토는 함유된 성분에서부터 생명력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기적의 사과’로 유명한 일본의 기무라 아키노리 씨가 사랑으로 길러낸 무농약 사과는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다. 1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류는 해부학적으로 같다. 불을 사용하기 이전 그들의 음식은 날 것이었다. 불의 발명으로 편안한 삶이 시작됐지만, 그로 인해 식습관이 크게 변하며 음식의 생명력도 떨어졌다. 끓이고 튀기는 등의 조리나 가공을 거치면 원재료 자체의 효소가 사라진다. 음식을 익히면 지용성 비타민(비타민 A, D, E, K)의 40%가 파괴되고 수용성 비타민(비타민 B, C)은 97%까지 파괴된다.


여기에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미네랄 등이 열에 변성되어 영양적 가치가 떨어진다. 물론 적절한 조리를 거쳤을 때 몸에 좋은 식품도 많다. 가령 곡류는 익혀 먹어야 소화가 쉬우며, 토마토를 익히면 리코펜의 흡수율이 2~4배까지 높아진다. 저장상의 이유가 있을 때는 살균처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날 음식이 좋다 한들 안전한 생육 환경과 신선도가 전제돼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효소가 살아있는 식품일수록 생명력이 강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안에는 생리활성물질이 소실되지 않고 보존돼 있으며,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생식(生食)은 채식이든 육식이든 대체로 몸에 좋다. 에스키모인들이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지 못함에도 건강한 이유는 신선한 생선과 육류를 날것으로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보고가 있다. 미국의 식품 치료학자 루미스 박사는 식품가공학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효소를 무시해 버린 데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어떠한 치료라도 여러 형태의 복합적인 적용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조리되지 않은 음식을 적절히 섭취하는 건강한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컨대 사트바적인 식품은 효소가 살아있는 식품이다. 효소가 살아있는 식품을 섭취하면 소화효소의 낭비를 막고 신진대사를 증진한다. 언론에 종종 소개되는 슈퍼 푸드나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꼽히는 식품들은 대부분 효소가 살아있는 음식이다.


라자스 속성의 음식은 몸과 마음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커피, 초콜릿, 양념이 많이 가미된 음식 등 자극성이 강한 식품들이다. 한편 불교에서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금기시하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의 채소도 포함된다. 항암·항균 작용 등의 치료 효과와는 별개 문제다. 몸과 마음을 흥분시키므로 라자스적인 식품군에 속한다.


각종 화학조미료와 첨가물이 포함된 인스턴트식품은 타마스적인 음식이다. 몸과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오래돼 신선하지 않거나 탄 음식도 포함된다. 햄버거, 피자, 콜라 등으로 대표되는 정크 푸드(junk food)는 대표적인 타마스 푸드(tamas-food)라 할 수 있다. 위생적인 관리기준에 통과했더라도 쓰레기 식품이라는 오명이 붙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들 식품은 체내 효소를 낭비하고 소화력을 떨어뜨린다. 장기적으로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자명하다. 소시지, 햄, 핫도그, 베이컨 등은 국제암연구소(IARC)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1급 발암 식품이다. 이미 각국에서는 정크 푸드에 ‘비만세’, ‘소다세’라는 이름의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학교 판매까지 금지하고 있다.


‘무엇을 먹을까’보다 ‘어떻게 먹을까’를 살피자

“이 식품은 어디에 좋다더라. 저 식품은 얼마나 좋다더라.” 좋다는 식품이 너무 많다. 그게 모두 내게도 좋을까? 선택하기 헷갈린다. 식품 선택의 기준을 ‘무엇을 먹을까’로 한정시킨 결과다. 식품 섭취는 질보다 양이다. 아무리 좋은 식품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식품 섭취에서 중요한 격언이다. 무엇보다 건강을 위한다면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않느냐’가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요가의 식이법에서는 여기에 덧붙여 ‘어떻게 먹을까’를 강조한다. “식사법이 잘못되었다면 약이 소용없고, 식사법이 옳다면 약이 필요 없다”는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의 속담을 참고하자면 음식의 종류만큼이나 섭취방식이 중요하다. 사트바적인 섭취방법은 감사와 사랑의 긍정적인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맛있게 먹는 음식이 몸에도 좋다. 급하게 먹거나 과식은 라자스적인 섭취 방법이다. 또한, 음식에 대한 강한 욕망은 마음이 라자스적인 상태임을 방증한다. 식탐이 큰 만큼 음식에 대한 체내 흡수율도 높아진다. 화가 나있거나 부정적인 마음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타마스적인 섭취방법이다. 이때 음식은 독(毒)이 된다.

힌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서는 사트바로부터 지혜가 생기고, 라자스로부터 탐욕이 일어나며, 타마스로부터 미혹과 망상이 나타난다고 설파한다. 사트바 속성의 음식을 사트바적으로 섭취하기.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고대 요가의 지혜가 전하는 식이요법이다.


글/ 류현민(보건학 박사, 대전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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